[설명환의 it읽기] 대륙을 넘나드는 로켓, ICBM

[설명환의 it읽기] 대륙을 넘나드는 로켓, ICBM 연재타이틀

기원전 3세기 헬레니즘 시대의 천문학자 아리스타르코스는 달을 이용해 지구 둘레를 측정했다.

아리스타르코스보다 한 세대 정도 뒤에 살았던 에라토스테네스는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을 이용해 지구 크기를 계산했다. 지구를 구(球)라고 보고 삼각법으로 계산했다. 에라토스테네스가 얻은 지구 둘레의 값은 4만6000km. 실제치 4만km에 꽤 근접했다.

과학사를 더듬어보면 인류가 과학의 많은 지식을 고대 그리스의 자연철학자들에게 빚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300년 전 고대 그리스의 자연철학자들이 예상 못 한 과학적 상식은 무엇이 있을까. 지구 반대편에 핵을 쏘는 일일 것이다.

지구 반대편 목표물을 공격하려면 사거리 2만㎞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이 필요하다.

ICBM은 Inter Continental Ballistic Missile의 약자다. 직역하면 대륙을 넘어다니며 목표물을 공격하는 무기를 의미한다.

ICBM은 전략폭격기,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과 함께 전략핵무기의 한 축이다. 특히 다른 전략핵무기들과 달리 발사 준비에 걸리는 시간이 짧고 대륙에서 다른 대륙까지 핵미사일을 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위협적이다.

ICBM의 원조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이 개발한 ‘V-2’다. 1960년대는 발사 시간 단축이 가능한 ‘고체연료 ICBM’이 등장했다. 1980년대 들어서는 ‘이동형 ICBM’이 개발됐다. 철도, 차량 등에서 이동 발사가 가능하기 때문에 탐지가 쉽지 않아 선제공격에 유용하다.

탄도미사일의 종류는 사정거리 순으로 나뉜다. 300㎞ 이내의 근거리용은 ‘전술 탄도미사일’, 300~1000㎞ 사이를 날아가면 ‘단거리 탄도미사일’, 1000~3000㎞ 사이는 ‘준중거리 탄도미사일’, 3000~5000㎞ 사이면 ‘중거리 탄도미사일’로 구분한다. 사거리 5500㎞ 이상이면 ‘ICBM’으로 분류한다. 사거리 1만㎞ 이상이면 ‘고성능 ICBM’이라고 부른다.

ICBM 단계가 되면 우주공간을 나갔다 들어와야 하므로 기술 장벽이 높다. 개발 역사가 길지만 미국, 러시아, 중국 등을 포함한 5개국만이 ICBM을 보유하고 있으며, 대규모 살상 무기여서 국제적으로 보유를 제한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2017년 8월 2일 대륙간 탄도 미사일 시험발사를 하고 있다. 사진=미국 공군

ICBM 기본 원리는 다단 로켓과 같다. 다단 로켓은 여러개의 추진체를 이용한 로켓이다. 인공위성 우주 발사체 대부분이 ICBM을 개량해 만들어졌다. 그래서 ICBM을 로켓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로켓은 지구 중력을 이겨내야 해서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 특히 지구 반대편으로 넘어가려면 대기권 밖으로 비행하기 때문에 최소 2단 이상의 추진체가 필요하다. 이때 로켓 연료를 여러 단에 나눠 담고 추진이 끝난 단은 버리면서 비행한다. 단이 정확히 연소되지 않으면 미사일이 폭발한다. 목표물까지 비행하려면 구간별 정밀 단 분리가 이뤄져야 한다. 이런 다단 점화, 단 분리 기술은 ICBM의 핵심 기술이다.

ICBM은 상승, 비행, 종말 단계를 거쳐 비행하게 되는데, 종말 단계인 대기권 재진입에서는 별도 추진력 없이 중력과 관성으로만 목표물에 떨어진다. 음속의 20~30배, 탄두에 발생하는 고열 등에 대한 계산이 없이는 맞출 수 없다.

ICBM의 연료는 액체와 고체로 나뉜다. 기존 액체연료 ICBM은 연료 주입에 장시간이 소요되어 주입 단계부터 발사 징후를 포착할 수 있다. 최근 미리 채워 놓아도 문제가 없는 ‘하이드라진(암모니아 계열) 액체연료 ICBM’이 개발되면서 고체연료 ICBM처럼 기습 발사가 가능해 졌다.

‘한미 미사일 지침(Missile Guideline)’의 핵심은 장거리 고체연료 탄도미사일을 제작을 금지하는 것이다. 군사용 목적은 엄격하게 사거리를 제한하고, 민간 용도는 원천적 사용을 금지하는 조항이다. 이 지침은 1979년 제정되어 2020년 5월 종료됐다. 그동안 한국은 미사일 지침에 따라 우주 발사체 개발 시 액체연료를 사용해 왔다. 나로호, 누리호 모두 액체연료를 사용했다.

현대전의 양상은 핵탄두의 위력을 강화한 버튼(Button)전쟁의 시대로 전환되고 있다. ICBM은 주변국과 힘의 논리를 무너뜨릴 수 있는 전략병기다. 각국의 첨예한 입장을 고려해 우리만의 첨단 방산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는 2024년 고체연료 발사체 실용화를 앞두고 우주발사체 기술을 두루 확보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설명환 칼럼니스트
설명환 칼럼니스트는 브랜딩·IR 전문가로 현재 중견그룹의 전략기획실장으로 재직 중이다. 정보의 대중화를 목적으로 일반인과 학생들에게 트렌드를 보다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는 글을 쓰고 있다. 서울특별시교육청 자문위원과 국가정보기간 언론사의 객원 논설위원으로 선임되어 IMC에 대한 종합적인 조언을 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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